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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양계

병아리 들어오다!

오랜 기다림 끝에 병아리가 들어오다!

좌충우돌 병아리 자연 육추 일기. 그 첫날!

 

   전 날 못다한 짚 썰기를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다. 이웃에 계시는 동지 한 분이 오셔서 육추상자 조립을 하고, 입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신 없이 오전을 보내고 있자니 12시가 조금 안되어 드디어 병아리가 도착했다.  1500마리 들어오는데 5톤 트럭이 왔다. 작은 차로 오려고 했는데 중간에 들리는 곳이 있어서 큰 차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차에 고이 모시고 왔다.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온 차량이다. 아침에 갓 부화된 병아리를 선별해서 가지고 왔다 한다. 태어나자 마자 암/수 선별되고 박스에 담겨서 이동을 했으니, 그 스트레스가 말이 아닐꺼다. 차를 끌고 오신분은 친절하긴 한데, 병아리를 막 다루는걸 보니 하나의 상품으로 밖에 인식을 못하시는 것 같다. 각각이 다 생명인데...

 

   아래 녀석이 암컷이다. 암/수 구분은 색깔로 한다. 가격은 1,200원이었는데, 할인을 해서 1,100원에 해 주면서 숫자를 더 가져왔다. 암컷만 1,500마리 주문했는데 1,650마리가 왔다.

 

   노란 녀석들이 수컷.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녀석들은 다 숫놈인거다. 가격은 0원! 수컷은 450마리가 왔다. 주문이 잘 못 들어갔었는데 그대로 나온거라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150마리 정도만 필요한데...

   동지분께 전화했더니 그분도 받을 수 있는 육추시설이 부족해서 암컷 500마리, 수컷 100마리만 가져달라고 한다. 결국 내가 암컷 1,150마리, 수컷 350마리를 키워야 한다. 큰일이다! 육추상자(병아리 키우는 상자)는 1,200마리 정도밖에 수용을 못하는데...

 

   육추상자가 준비가 덜 되어 병아리들을 따뜻한 하우스에 넣어 두었다(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에 육추상자에 넣으라고 배웠다). 그리고 동지분께 가져다 주기로 한 병아리를 싣고 용문으로 향했다. 못다 준비한 육추상자는 도와주러 오신 동지분께 맡겨놓고...

   차에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그 높은 온도에 졸음이 와서 사고날 뻔 했다ㅠ), 용문사 근처에 있는 동지분 집에 배달을 마치고, 부족한 볼트를 사려고 용문 시내 철물점에 들렀는데, 딱 그 사이즈만 없다. 마음은 급한데... 결국 세번째 철물점에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달렸다. 그날 따라 앞을 막는 군인차, 트럭등이 왜이리 많은지...

   집에 도착하니 4시가 넘어가고 있다. 육추상자는 설치가 덜 되어있고, 날은 쌀쌀해 지고,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육추상자 경사로 아래쪽에 짚과 미강, 물을 섞어서 밟아준다. 발효가 되면서 열이 발생하는데, 인공 가온(백열등 같은 거)을 하지 않고 자연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하는게 자연 육추다. 원래는 4~5일 전에 밟아 놔서 발효가 되어 열이 나 있는 상태로 입추를 해야하는데...

   옆 공간과 윗쪽은 왕겨로 채워 단열을 시킨다. 이 시간이면 이미 병아리를 넣고, 따뜻한 물에 효소를 타서 주고 안정을 시켜야 하는데... ㅠㅠ 미안하다 병아리들아... 동지를 잘 못 만나서...ㅠ

  

   바닥은 병아리 발이 걸리지 않도록 마사마대를 팽팽히 당겨서 고정을 시킨다. 헌데, 사 두었던 마사마대가 보이지를 않는다. 미리 잘라 두었던 두개 외에는... 컴컴하고 시간이 늦어서 그거 찾을 시간도 없고...ㅠ

  우선 병아리를 넣어야겠다 싶어 송판 위에 그냥 병아리를 넣는데, 동지분께서 그대로 넣으면 다리가 걸려서 다칠거라고... 임시로 신문지라도 깔고 넣는게 좋겠다고 조언해서 부랴부랴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를 넣었는데, 이 녀석들이 미끄러진다. 또 미안해 지고.. ㅠ

 

  밤 8시가 넘어서야 병아리를 다 넣었다. 서치라이트를 비추고라도 효소를 먹이려고 따뜻한 물에 타서 줘 봤는데, 안정이 덜 되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결국 물 한모금 못 먹이고 첫날을 보내야만 했다. 더더욱 미안해 지고... 처음하는 입추라지만 준비가 미흡해도 너무 미흡하다. 도와주신 동지분께도 막판에는 물 한잔 못드리고 늦게까지 일을 해서 미안스럽고...

 

  병아리들을 온실에 넣어 주고, 찬 바람을 막으려고 종이 상자로 앞을 막아 주었는데, 걱정이 되서 다시 가 보니 상자는 쓰러져 있고, 밖으로 나온 병아리들이 꽤 많다. 다시 밀어 넣어주고 상자로 막고, 또 걱정이 되서 가보니 다시 나와있고... 결국 상자 앞쪽을 벽돌로 막아 두었다. 몇 번을 걱정되서 가 보았다. 첫날 많이 죽는다고 하던데, 날은 춥고, 준비는 미흡하고, 마리수는 초과되었고...

   작년 5월에 귀농을 하면서 닭을 키울 생각이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인해 1년 반 만에야 병아리가 들어왔다. 그런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온 병아리들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얘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