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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양계

자연양계 입추 전

미흡한 입추 준비.. 큰일이군!

입추 전까지 준비 상황. 생각 했던 것보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3.10.31] 계사 완공을 2013년 10월로 잡고 일정을 진행했다. 원래는 입추(병아리 입양)를 10월에 하려고 했는데, 양계사 공사 진행이 미흡해 1달 미루었다. 따로 인부를 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혼자 끙끙대며 일을 하다보니 계사 건축 진행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11월에 입추를 하려고 형에게 부탁해서 11월 3일에 입추를 하기로 얘기가 되었다. 가격은 마리당 1,200원. 암컷 기준이고 수컷을 공짜로 준다. 주변에서 닭을 키워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1,500마리를 주문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육추상자를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주문을 변경하려 했는데, 마침 청한(수도권 동부 자연양계 모임) 동지 두 분이 같이 주문을 하자고 해서 추가로 주문을 했다. 총 2900마리.

  준비는 미흡한데 입추일은 가까워 지고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마침 이웃에 계시는 청한 동지 한 분께서 며칠을 도와주고, 동네 후배 한 녀석이 일을 도와 줄 수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속도를 냈다. 와중에 병아리 대금을 입금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적어서 확인 차 전화를 했다. 아뿔사! 몇 다리 건너서 부화장에 주문을 했었는데, 수정 주문이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암컷 1,500수만 접수 된 상황. 다행히 동지 한분이 계사 건축이 덜 되어 그분께 연락을 해서 주문이 누락되었다고 했더니 '복음을 들었네요' 하시더라. 1,500마리를 중 400마리는 나머지 동지분 주문이고 내가 1100마리 입추하기로 함.

  와중에 동지 한분께서 흑미 청치(미숙미)를 3톤 정도 구했다고 같이 구매하자고 연락이 왔다. 네 명이 같이 사기로 하고 그 중 세명이 트럭을 각각 가지고 이천으로 향했다. 늦게 도착한 담당자에게 물건을 확인하니 상태가 좋지 못하다. 몇 자루만 원하던 청치 수준이고 일부는 청치와 미강(쌀겨), 싸라기가 섞여있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싸라기이다. 싸라기는 영양성분이 좋지 못해 포기하고 나머지만 구매하기로 했다. 1톤이 약간 넘는 분량. 같이 간 두분이 양보해 주셔서 내가 1톤을 가져오기로 했다.  단가는 250원/Kg. 20포 정도를 서비스로 받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상태가 영 아니올시다이다. 고무줄이나 테이프 등이 간혹 섞여 있기도... 앞으로도 계속 흑미 청치를 확보해야 할 텐데, 양과 질이 문제다. 좀 더 고민을 해 봐야할 문제.

 

 

   아래는 매형이 가져다 준 청치. 이 청치는 상태가 상당히 좋다.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단가는 250원/Kg.

 

  0.8톤 더블캡 트럭에 1톤 가량 흑미를 싣고 한참을 고민을 했다. 평택에서 아래사진에 있는 절단기와 통로쪽에 사용할 밴딩한 파이프를 싣고 와야하는데, 이천이 딱 중간이기 때문이다. 짐을 집에 내려놓고 갔다 오자니 2시간을 왕복해야 하고, 그냥 평택으로 가자니 짐이 문제고... 형에게 전화하니 그냥 오라해서 짐을 싣고 평택으로 갔다. 역시나 짐때문에 파이프랑 절단기를 싣는데 애를 먹었다. 밴딩하고 남은 짜투리 파이프는 그냥 두고 올 수 밖에...

 

   밤 늦게 집으로 와서 다음날 짐을 내렸다. 절단기는 엄청 무거워서 작은댁에서 트랙터를 빌려서 내려야 했다. 100Kg은 되는 듯... 절단기 사려면 60만원은 넘게 줘야 하는데, 형이 아는 분한테 안쓰는 절단기를 구해서 녹 벗겨내고 모터 갈고 칠까지 칠해서 만들어 줬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다닐 때에는 혼자서도 알아서 잘 살았는데, 시골 내려오니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되더라.  

 

   계사 바닥에 깔 짚을 조카를 통해 구해 놓았다. 한칸(10평 내외)에 마른 짚 100Kg이 들어간다고 한다. 조카의 외삼촌께서 마지기당 2만 5천원에 가져가는 조건으로 20마지기를 주시기로 했다. 좀 많은 듯 하지만 양을 가늠할 수가 없고, 추가로 들어가는 것도 있어서 다 가져올 생각을 했지만 짚을 모아서 가져오는게 문제다. 아래 그림처럼 트렉터로 작업을 하면 빠르고 이동이 쉽긴 하지만 절단을 할때 일일이 풀어서 넣어줘야 하고, 마지기당 5만원이나 든다고 해서 포기하고, 동네 후배녀석과 사촌 형 아들과 친구들 몇명을 구해서 수작업으로 하기로 했다. 일손을 구하고 논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조카를 통해 외삼촌께 물어보았는데, 이런 이런... 외삼촌이 깜빡 잊고 팔아버리셨단다. 헉!! 큰일이다.

   여기 저기 알아보는데, 외삼촌께서 말아놓은 짚을 구했으니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집게가 달린 트랙터 빌리고, 외삼촌 트럭 빌리고, 집에서 옮길 때 사용할 집게 달린 트렉터도 동네 형한테 구하고 조카가 다 했다.. ^^;;

   [2013.11.02] 조카가 조금 일찍 퇴근해서 트렉터를 몰아서 짚을 트럭에 실었다. 총 19롤인데, 3롤은 같이 입추하는 동지 한분께 드리고, 16롤은 내가 사용하기로 했다. 한 롤이 논 100평 정도에서 나오는 양 이라고 한다. 무게는 300~400Kg. 가격은 5만원 정도에 구했다. 저렴하게 구한 편.

 

   3톤 트럭에 12개를 싣고, 조카의 0.8톤 더블캡에 2개, 조카가 아는 형 트럭에 2개를 실어서 집으로...

 

   [2013.11.03] 병아리 들어오기로 한 날. 부랴부랴 짚부터 썰어 넣는다. 10Cm 정도 깔리게끔 썰어 넣어야 하는데, 대략 1칸에 1롤 정도 들어간다. 그런데, 썰어서 넣는 시간이 1롤에 한시간 가량 걸린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육추상자(병아리 키우는 장치) 설치하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육추상자 온실(잠자는 곳) 아래쪽에 짚에 미강과 물을 섞어서 꾹꾹 밟아주고(발효가 되면서 열이 발생한다), 온실 벽과 뚜껑에 보온재로 왕겨를 넣어주고, 칸칸이 연결을 해야 한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병아리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시간은 가까워 지고, 작업 진행은 느리고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여름에 좀 더 서둘러서 작업을 진행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든다. 어렸을 때 '개미와 배짱이'란 동화를 읽으면서 어린 마음에 '겨울이 올 걸 알면서도 배짱이 처럼 여름에 노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올 해 내가 한 행동을 보면 딱 '배짱이' 스타일이다.

  12시가 넘어도 병아리가 안오길래 내심 '무슨 문제가 생겨서 며칠 미뤄졌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해 보니, 중간에 말 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지, 입추일자가 11월 3일이 아니라 4일 이란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도와주던 동지 한분과 일꾼 후배녀석, 조카와 함께 횟집에 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 와서 밤 늦게까지 조카와 함께 짚을 썰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