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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양계

입추 다음 날...

입추 다음 날...

미흡한 육추상자 작업하고, 병아리들 먹이고...

 

   입추 다음날 새벽[2013.11.05], 병아리들이 눈을 뜨면 바로 마실 물을 찾는다고 해서, 일찍 준비에 들어갔다.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효소를 탔다. 작년에 담가 두었던 쑥, 오디, 복숭아, 아카시꽃 효소를 섞어서 통에 담아 두었다.

 

    날이 밝아오고,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육추상자 앞쪽을 막아놓은 상자를 걷어냈다. 한 상자에 1~3마리 정도, 총 18마리가 폐사했다. 3일까지 많이 죽는다고 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죽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프다. 고이 모셔서 영안실(?)에 안치를 하고, 준비해 놓은 따뜻한 효소 희석액을 수통에 따라 주었다. 바로 물을 찾는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웬걸! 온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효소가 식어가는데도... 어쨌든, 그렇게 두고 현미 준비에 들어갔다.

    작년에 자연농법으로 지은 벼를 한포대 남겨 두었는데(집에서 먹는 쌀도 부족해서 사다먹으면서도.. ^^), 이 벼를 즉석에서 도정해서 현미를 가져다 주었다.

 

   이 큰 쌀알갱이를 먹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교육 받을 때는 물 먹는것과 현미 먹는것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생명력의 힘을 믿기로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했던것 보다 쉽게 현미를 먹었다. 고민했던게 무색하게... 교육? 그런거 필요없다. 알아서 잘 먹더라... (하루를 굶어서 그런가? ^^;;)

 

   병아리들이 현미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을까 싶어 적당하다 싶은 양(먹고도 남을 충분한 양)을 가져다 주고, 급히 마사마대를 구하러 여주로 향했다. 바닥 보수공사를 위해서...

   여주에서 마사마대를 사가지고 와서 임시로 깔아놓았던 신문지를 걷어내고, 마사마대를 깔끔하게 깔아주었다. 압정으로 고정을 시키려고 했는데, 나무가 단단하여 잘 들어가지 않아 급히 손타카를 사다가 고정을 해 주었다. 신문지 걷어 낼때, 마사마대를 다시 깔아줄 때, 손타카 박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병아리들을 보며, 니들이 머슴(하는 일 보면 딱 머슴으다.. ㅋ)을 잘 못 만나 고생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닥 리모델링을 끝내고, 현미를 다시 주고, 더이상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위해 가까이 가는 걸 자재했다. 그래도 궁금해서 간혹 멀찍이서 확인을 했는데, 헛! 현미가 떨어졌다. 병아리들이라고 우습게 봤나보다. 겁나 잘 먹는다. 부랴부랴 현미를 더 도정해서 가져다 주었다. 사람만 가까이 가면 놀라서 우르르 피하는데...ㅠ

   현미를 주며 살펴보니 상태가 좋지 않은 녀석들이 꽤 보인다. 심하게 졸고 있다든가, 집단 공격을 당하고 있다든가. 거동이 불편하다든가... 총 10마리를 내 방으로 가져왔다. 3녀석은 다리가 정상이 아니다. 한 녀석은 한 다리를 못 쓰고, 두 녀석은 두 다리가 벌어져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아 불쌍해...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저녁때가 되었다. 준비해 뒀던 온/습도계(평택 형네 가게에 가서 팔고 있는 상품을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형이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나중에 보니 꽤 비싼놈이었다^^)가 그제서야 생각이 나서 온실안쪽과 바깥쪽 온도를 측정하게 설치했다. 온실 안쪽은 31.3도, 이 정도면 병아리들이 지내기에 문제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지고, 6시 좀 안되서 병아리들을 온실 안쪽으로 넣기 시작했다. 추워서 좀 더 일찍 넣고 싶지만, 병아리들이 도망만 다니고 들어가지 않고, 다시 나온다. 병아리를 넣다 보니, 죽은 녀석들이 보인다. 두녀석이 갔다ㅠ

 

  다음 날[2013.11.06] 아침, 어제 생각에 조금 느긋하게 물을 준비해 놓고 육추상자 앞 박스를 치워주려고 양계사로 향했다. 깜짝 놀랐다. 이녀석들이 나오려고 안쪽에서 쪼아대고 난리다. 부랴부랴 막은걸 치우고 현미를 주고 효소를 줬다. 효소 희석액을 주니 애들이 난리를 치며 몰려든다. 특히나 마지막 칸은 떨어지는 효소액에 머리를 디밀고 마셔댄다. 아 미안스러워라.. 이 녀석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물부터 찾는게 맞구나 싶다. 어제는 적응을 덜 해서 그런 듯. 내일 부터는 좀더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사망한 녀석이 있다. 응급실(?)에서 한 녀석이 갔고, 밤새 압사한 녀석이 두 녀석이나 된다. 아마도 입구를 막아 두어 입구쪽으로 쏠리면서 압사가 일어나는 듯 하다. 막아 놓는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닌 듯 하다. 사실, 입추 상자 하나에 90~120 마리 정도 넣어야 하는데, 140~150마리 들어가 있으니 압사가 일어날 만도 하다. 육추상자를 두 개 더 만들기로 하고 자재를 동지에게 빌려왔다(그 분도 다음달 육추를 해야 하기에 그 분 자재로 내가 육추상자를 만들어서 미리 쓰고 돌려주면 그분이 쓰기로 얘기가 되었다).

 

   병아리는 알에서 부화할 때 3일 정도치의 영양분을 가지고 부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3일은 아무것도 안먹어도 문제없다고... 3일이 지나, 영양분이 떨어질 때쯤 계란 노른자를 먹이라고 한다. 실제로 똥을 보면 소화되지 않은 쌀 알갱이가 보인다. 먹기는 먹어도 충분히 영양분 흡수는 힘든 듯...

   근처 마트에 가서 무항생제 유정란을 싹쓸어 왔다. 싼 계란을 먹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왕 먹이는 거 좋은거 먹이자 싶어서... 10마리당 1개의 노른자를 먹인다고 해서 총 150알의 계란을 사왔다. 5만원이 좀 넘게 들었다. 이것도 꽤 드네..ㅋ

 

   9시 반. 계란을 삶기 시작했다. 주워들은 풍월로 소금을 조금 넣었다. 그래야 껍질이 잘 벗겨진다고 한다.

 

   껍질을 벗기고, 노른자를 골라냈다. 보다 못한 엄마가 도와주셨다. 남은 흰자는 처리가 난감하다. 식구들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좀 싸서 옆집에 술안주로 가져다 주고, 출출할때 하나 먹고, 끼니때 마다 밥상위에 올라와서 먹고.. 물린다.. ㅋ.. 아직 두 번이나 더 줘야 하는데...

 

  노른자를 부셔서 10개로 나누었다. 준비하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린 듯...

 

   병아리들에게 노른자를 주었다. 조금씩 맛을 보는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다. 노른자를 주며 살펴보니 집단으로 공격을 당하는 녀석들이 보인다. 발을 쪼여 피가 나는 두 녀석, 부리 부분에서 피가 나는 두 녀석 총 네 녀석을 응급실로...

 

   저녁때가 되어 병아리들을 온실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이것도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 녀석들이 따닥따닥 붙어서 스크럼을 짜고 버티고 있다. 4-5 마리씩 쪼개서 살살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손으로 만지면 좋지 않을 듯 하여 장갑을 끼고...

 

   수통이 지저분해서 모두 수거했다. 수통에 사료가 들어가고 똥을 누기도 하기 때문에 매일 청소해 주어야 한다. 첫째 해방칸을 열어 주고 나면 먹이통이 필요하기에 작업등을 켜 놓고 야간작업에 돌입한다. 먹이통이 총 80개가 필요하니 서둘러야 한다. 방에 들어오니 11시가 넘었다. 몸이 녹초가 된다. 바로 취침!